한국인. 그 열정적인 민족성.

Daily 2009. 5. 30. 00:24
제법 가슴 먹먹한 날들이었다.
워낙 TV도 안보고 살고 하는지라 연예인 누가 자살했다, 뭐 이런 얘기 종종 나와도 그닥 충격같은건 없었는데, 이건 듣자마자부터 거시기했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오열'했다. 유달리 이번에는 언론에서 '오열'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

잠시 몇년전으로 돌아가보자.
나도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 '내가 찍은 대통령이 극적으로 당선되었다', 또 흔히 하는 얘기로 '가장 서민적인, 가장 인간적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기쁨과 감격에, TV에서 당선자가 12시가 다되어가는 시각에 손을 번쩍들고 인사할 때 눈물이 찔끔했었다. 우리 나라도 부익부 빈익빈의 끔찍한 대물림을 깨고, 그리고 약자들을 배려할 줄 아는, 서민들을 위한 정치가 시작될 것인가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었으니까.
그리고 그의 순수한 열정을 좋아했으니까.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자 이건 웬걸, 도와주는 텔레토비가 한마리도 없는 것이었다. 정말 아무도 안 도와주는 것처럼 보였다. 줄곧.
2006년에 무지몽매한 국민과 선거라는 글에서 비슷한 느낌의 내용을 적었던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율은 재임기간에 대한민국 역사상 최저점을 날마다 갱신했었다. 사상 초유의 탄핵정국까지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탄행정국은 한나라당이 만든것처럼 보이지만 국민들의 지지가 탄탄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탄핵이야 무마되었지만 이후 대선에서 또 발끈해와 조중동의 말장난에 놀아났잖는가. 인물과 정책과 상관없이, 열린우리당의 완패.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지금 '오열'한다는 이 국민 - 시민이 아닌 그냥 국민이라고 쓰고 싶다. 애초에 시민의식 따위는 결여되었었, 무지몽매한 대중으로밖에 안보이니까 - 들은 고개를 못들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살인마라고 외칠 자격도 물론 없다.
마치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마냥 슬프게 우는 사람들, 그리고 따라서 자살하는 짓꺼리까지. 그 열정, 존경, 사랑의 절반만큼이라도 재임기간에 그를, 그의 정책을 지지했는가? 지지해주지 못했어서 미안해서 우는가?
이도 저도 아니면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횡포에 안타까운 사람이 죽은것 같아 가슴 아파서?
솔직히 돌아보자. 좀 더 심하게 얘기하면 그냥 전국적으로 우는 분위기에, 슬픈 노래에, 근조 리본을 보며, 상복을 보며, 우는 유족을 보며. 그래서 휩쓸려 운거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때문에 울었다'라고 자신있게 얘기할수 있나?

그를 추모하며 분향했던 이들의 공식적인 추산인원만 수백만명이다. 마음속으로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 카운트 되지 않은 지역 요소요소의 분향한 인원들을 합치면 짧은 생각에 국민의 절반 이상은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회상해보면, 이 인원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건가?
한나라당에서 그를 추모하는 모임을 가지는것도 참 골때리는 일이다. 못죽여서 안달이었잖아.
나도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그 어이없는 모습들에는 조금도 공감할 수 없었다.

재임기간을 포함하여 미친듯이 그를 까대기만 하던 언론들은 노 전 대통령 영웅만들기에 편승하여 연일 찌라시를 만들어대고 있다. 이때다 싶어 노동계와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판, 듣보잡 XXX 시민연대 등 잡 조직에서까지 세를 결집하기 위해 들고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영결식까지 어찌저찌 끝났다.
이제 또 세를 결집시키는 누군가에 의해, 그리고 언론에 의해 휘들릴 시간이야.
정말 끊임없이 놀아난다. 조중동은 한나라당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고,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한겨레는 반정부주의자 양산에 여념이 없겠지.
조중동은 쓰레기이다. 인정! 그럼 한겨레, 오마이, 프레시안은 제대로 된 언론인가?
열린우리당 집권시절 한겨레가 했던 짓도 조중동 못지 않고, 오마이, 프레시안은 민중에 의한 뉴스를 피력하며 줄곧 사회 분열을 조장해왔다. (반론이 많겠지만 내 주관적인 평은 그렇다.)
둘다 양 극단일 뿐이다. 언제나 Fact는 하나인데. 시민이 아닌 국민은 그 가운데서 중심을 못잡고, 쓸려다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님이 돌아가시고 영결식이 끝나고...착잡한 사태를 번외로,
미친 북한놈들이 삐대서 국가 안보적으로 엄청난 위기 상황인데, (미군이 유사시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할만큼) 이런 상황들은 완전히 묻히고 있다.
경계 단계가 WatchCon까지 올라갔는데도 한겨레, 오마이, 프레시안의 탑뉴스는 여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뿐이다. 그리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책임을 지우겠다는 민주당, 노동계의 입을 대변하는척 하는데에 여념이 없다.
또 약간 번외로 ,, 얘들은 항상, 우리는 분명히 '휴전'상태일 뿐인데, 전쟁 따위가 일어나겠어? 라고 너무 마음 푹 놓고 사는건 아닐까? 세계 3위의 생화학무기 화력과 세계 1위의 특수전 수행 부대, 그 놀라운 괴물딱지들을 지근거리에 두고 말이다.

아무튼 내일부터의 정국이 심히 걱정스럽다. 말 그대로 폭풍전야랄까.
기회를 틈타 힘을 얻으려는 세력에, 언론에 휘들리지 않고,
더 이상 국민으로 남지 말고 중심잡는 시민이 되었으면 한다.

온 국민이 애도하며 오열하는 이 열정이, 60~80년대의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어낸 그런 열정이, 좋은데 쓰여야 한다. 더이상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던 노 전 대통령님의 뜻이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못 이루신 정치적인 비전들은 시민이 이루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항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횡포를 부려서 사회적 약자들은 망해나가고, 부익부 빈익빈은 심해지고, 민주주의는 망한것 같은가? 글세...과정 자체는 정말 그렇게 보이지만 - 나도 일정부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 온갖 더러운 평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 재임때도 난무하지 않았는가?
'경제대통령'을 기대했음에도 경제는 망해나가는 것 같고?
세계적인 경제 공황사태였을 뿐이고, 한국은 수개월만에 이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분열은 이제 그만. 그리고 사람을 믿고 사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한 비전을 공유하고 그것을 향해 가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죽봉이라고 우기는 죽창을 들고, 화염병을 들고, 애꿎은 전경 동생들한테 발차기로 하는게 아니라,
하나하나 치욕의 역사들을 잊지말고,
각각의 선거에서 민주주의적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마치 수년전에 열린우리당이 나라를 말아먹었으니, 경제를 말아먹었으니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주자며 몰빵하는 해괴한 짓꺼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당과 인물의 정치적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논리적이지 않고 다분히 감정적일 수 있는 글이다. 한번 대충 읽으니 두서도 없다.
그냥 돌아가는 꼴이 눈꼴시어서, 침통하여 세상을 다 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휴지조각이 된 것처럼 온 국민이 우는 사이에, 또 기회다 싶어 움직이는 꼴들이 웃겨서 써봤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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